"커피"향을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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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01 13:47 |
달마이어(예술의전당점) - 300년 전통의 독일 왕실 커피
추천인 : 공승식 (한국 바리스타 대회 우승자·롯데호텔 와인 바 ‘바인’ 지배인)
'귀한 손님을 만날 때 찾게 되는 공간입니다. 앤티크하고 품위 있는 실내 분위기와 잔잔히 흐르는 클래식 그리고 깊고 진한 정통 유럽 커피 맛이 최고의 티타임을 실현시켜 줍니다.'
18세기부터 독일 왕실과 귀족들의 커피를 담당해온 커피 명가 달마이어의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곳. 중세 유럽을 옮겨놓은 듯, 문을 열고 들어선 첫 느낌은 한마디로 고급스럽다.
정통 유럽식 커피 맛 재현을 위해 모든 재료는 독일 본사에서 공수해 오며, 최상의 아라비카 원두만을 골라 7분을 넘기지 않고 로스팅한 다음 두 번 정제해 블렌딩한다.
특히 디카페인 커피는 커피 고유의 맛은 그대로 느낄 수 있으면서도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이나 위장이 약한 사람에게 부담이 적어 반응이 좋다. 외국에서 로스팅해 들여오지만 원두의 신선도를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개봉 후 2주가 지나도 처음의 맛과 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수송용 원두는 별도의 로스팅과 가공법을 사용한다. 손님들에게 가장 많은 표를 얻는 커피는 경력 4년의 바리스타 홍상의 씨가 즉석에서 만들어 주는 아트 라테와 디자인 카푸치노.
마시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게 데커레이션된 우유 거품 아래엔 한 모금 머금으면 단맛과 쓴맛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진한 커피가 숨어 있다. 여기에 매일 아침 들여오는 신선한 케이크 한 조각을 곁들이면 금상첨화. 올록볼록 청포도 쿠션이 토핑된 포도케이크와 입에 넣으면 그대로 녹는 티라미슈를 강력 추천한다.
코니써 클럽 - 완벽한 로스팅을 거친 조화로운 맛
추천인 : 이진성 (로스팅 전문가·카페 코니써 클럽 사장)
'맛있는 커피의 핵심은 제대로 된 로스팅입니다. 원두 성격에 따라 달고 쓰고 짜고 신 맛이 최적의 밸런스를 이루도록 볶아서 주문이 있을 때 바로 뽑아 내니 맛있을 수밖에 없어요.'
의미를 궁금하게 하는 카페의 이름은 ‘심미안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뜻이다. 전원 주택을 닮은 카페 앞뜰에는 국내의 대표적인 로스팅 전문가인 이 사장의 커피 볶는 공장이 있다.
1994년 업무차 일본에 갔다가 거리에서 커피 볶는 노인을 목격한 후 본격적으로 커피 공부를 시작했다는 그는, 1999년 국내 최초로 커피 논문을 발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코니써 클럽 커피의 특징은 누구나 맛있다고 느끼는 커피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디오피아 모카, 탄자니아, 수마트라 등 여섯 가지 원두를 섞어 설탕이나 크림을 넣지 않고도 맛있게 마실 수 있는 부드러운 커피를 만든다.
그래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도 갓 뽑은 원두 커피 그대로를 마시는 스트롱 커피. 첫 맛은 부드럽고 뒷맛은 약간 씁쓸하며 달큼한 여운이 남는다. 인공 가향한 커피라면 결코 지닐 수 없는 아련한 향기는 보너스. 코니써 클럽 마니아를 형성하는 데 한몫했던 포크커틀릿과 정통 독일식 소시지도 추천할 만하다. 후식으로 맛있는 커피가 무료 제공되며 리필도 가능하다.
B-hind 제대로 된 에스프레소 만나기
추천인 : 김효경 (커피빈 슈퍼바이저)
'커피 만드는 일을 하다 보니 커피 맛 칭찬에 인색한 편입니다. 그런데 여기 에스프레소를 마셔 보니 너무 맛있는 거예요. 아주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난 기분이었어요.'
골목을 헤집고 다녀야 동네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홍대 부근에서 알음알음 꽤나 입소문이 난 집. 온·오프라인으로 프리 마켓도 열고 종종 전시회도 여는 홍대 앞다운 곳이다.
한창 때 들르면 손님의 반은 디자이너나 기자들. 대표 단골을 자처하는 영화 <스캔들>의 미술감독 정은영 씨는 커피 맛 좋기로 소문난 프랑스 카페들 다 돌아다녀도 비하인드처럼 입에 착 감기는 에스프레소 맛 내는 곳이 없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이곳의 남다른 커피 맛의 비결은 품질 좋은 이탈리아 원두 몰리나리 덕분. 여기에 서현 엄마로 더 유명한 사장의 인심이 더해져 커피로 한 번, 인정으로 또 한 번 즐거워진다. 갓 뽑아낸 에스프레소를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부어 떠 먹는 ‘아포가토 알 카페(Affogato Al Caffe)’를 찾는 손님이 많다. 네 가지 종류의 샌드위치도 인기 아이템. 모두 7,000원.
허형만의 압구정 커피집 - 거리에서 즐기는 호텔 커피
추천인 : 허형만 (로스팅 전문가 겸 커피 강사, 허영만의 커피집 사장)
'널찍한 공간은 제공 못 합니다. 그러나 테이크아웃 한 잔이라도 제대로 된 커피를 원하신다면 들러보세요. 길거리에서도 호텔 수준의 커피를 드실 수 있을 겁니다.'
로스터이자 커피 강사인 허형만 씨가 운영하는 곳. 탁자 세 개가 고작인 조촐한 공간이라 테이크아웃 손님이 많다. 공간이 소박하다고 커피 맛에 의구심을 가진다면 실수.
숍의 절반을 차지하는 로스팅 기계로 바로 볶은 원두를 즉석 분쇄해 커피를 내려 주는데, 유명하다는 호텔 커피만 찾아다니는 이들도 한번 왔다 가면 다시 안 들르고는 못 배길 정도. 머금는 순간 청량음료처럼 상쾌하며 삼키고 나서도 향은 감도는데 잡맛이 남지 않는다.
분명 마셨는데 안 마신 것 같은 묘한 느낌, 이 맛을 잊지 못해 테이크아웃 단골이 끊이지 않는다. 커피에 대한 호기심에 불탄다면 매주 열리는 강좌에도 참석해 볼 것. 참가비는 매회 5,000원이며, 창업 상담도 가능하다.
Bar OIOI - 어떤 커피를 선택해도 후회 없는 곳
추천인 : 전광수 (단국대학교 커피 전문가 과정 강사, 전광수 커피 대표)
'어떤 커피를 주문해도 실망시키는 법이 없습니다. 이 집 커피 열 중 여덟, 아홉 가지는 단연 엄지손가락을 번쩍 들어줄 만하지요.'
아는 사람만 알고 오라는 듯, 간판도 눈에 띄지 않게 표시만 해뒀다. 카푸치노 한 잔을 시켜 맛을 보면 그 자신감에 수긍이 간다.
다 마시도록 꺼지지 않는 폭신한 우유 거품은 신선하고 두꺼워서 아이스크림처럼 떠 먹어도 될 정도며, 한국 대표로 세계 바리스타 대회에 나갔던 여대승 씨가 직접 뽑아주는 핸드 드립 커피는 새콤한 첫 맛과 묵직한 보디감이 기막힌 조화를 이룬다.
디자이너 사장이 꾸민 심플한 실내 곳곳에선 감각적인 월 페인팅이나 독특한 코스터처럼 소소하지만 눈길 가는 볼거리를 만날 수 있다. 7단의 계단 아래에는 193종의 최고급 와인들도 숨어 있다. 요리 수준의 롤 베이컨 샌드위치도 마니아들의 발길을 이끄는 원동력.
La Lee - 신선함과 어울림의 맛
추천인 : 홍성종 (<월간 Coffee>기자)
'모든 재료가 늘 신선한 상태에서 유통되기 때문에 언제 들러도 갓 볶은 원두의 향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알려진 그대로, 국내 최고를 자부하는 다양한 케이크 맛도 일품이고요.'
라리? 얼핏 들으면 잔뜩 멋 부린 이름 같지만 알고 보면 프랑스어에서 명사를 수식하는 ‘la’에 이씨의 ‘Lee’만 붙인 것. ‘이씨네 집’이라는 소박한 뜻이다.
‘이씨네 집’은 한옥을 닮은 내실을 하나 더 가진 독특한 구조. 연예인들의 아지트로도 유명하다. 미식가들이 이곳 커피에 열광하는 이유를 묻자 매니저의 답변은 의외로 간단하다. 하루 두 번 신선한 재료를 받아 당일 모두 소화하니 늘 좋은 커피 맛을 유지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
국내에선 흔치 않게 천을 이용해 커피를 추출하는 넬 드립 방식을 사용하는 것도 부드럽고 그윽한 커피 맛의 이유다.
커피만큼이나 유명한 케이크를 곁들인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 조각 케이크는 4,500원이며 한 상자는 4만1,000원이다. 주문이 많으니 미리 예약하고 들를 것이다.
당신은 어떤 커피를 좋아하나요?”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뭐라고 답하겠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잠시나마 고민에 빠질 겁니다.
유명한 ‘스타벅스’와 ‘커피빈’을 꼽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다방 커피가 입에 맞는다”며 쑥스럽게 웃는 분도 있겠지요.
2006년 한국의 커피시장 규모는 1조6000억 원대로 추산됩니다. 커피 소비량의 90% 이상은 여전히 인스턴트 커피의 몫이지요.
스타벅스의 ‘별다방’과 커피빈의 ‘콩다방’만이 고급 커피의 전부는 아닙니다. 커피 마니아들은 콩을 직접 볶아 커피를 뽑아내며 다양한 맛과 향을 실험합니다.
‘커피계’는 지금 군웅할거의 시대입니다. 초야(草野)에 묻혀 있던 ‘원로고수’와 그의 제자들이 나타났고, 여기에 해외유학파가 합류했습니다. 만만찮은 ‘내공’을 갖춘 개인과 대기업 자본도 힘을 합치기 시작했습니다.
커피는 취향입니다. 당신이 달짝지근한 다방 커피를 좋아하든, 우유 거품과 시럽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별다방’의 커피를 좋아하든 그건 당신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선택의 기회가 있습니다. 이번 주말엔 취향을 바꿔 상큼한 과일향이 감도는 신맛의 커피 한잔 음미해보는 건 어떨까요.
“○○전문점에서는 ‘숯불 로스팅(콩볶기)’ 커피만 드셔야 해요. 다른 커피는 수준이 많이 떨어집니다. △△전문점은 갈 때마다 커피 맛이 달라요. ‘드립’(커피 추출방식 중 하나)이 매우 불안정하다는 얘기죠.”
커피가 취미가 된 지 15년이 넘은 공인회계사 이윤경(34) 씨는 한국 원두커피 맛의 ‘고수족보’를 줄줄이 꿴다. 신진 ‘고수’가 출현했다는 소문이 나면 어디라도 달려가 ‘한 수’ 청한다.
커피 맛은 콩의 원산지와 볶는 정도 등에 따라 신맛부터 단맛, 쓴맛까지 다양하다. 여기에 설탕과 시럽, 초콜릿 등을 곁들이면 거의 무한대의 맛과 향기를 즐길 수 있다.
커피 마니아들은 국내 최고의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강원 강릉시 영진리에 있는 ‘보헤미안’을 꼽는다.
보헤미안은 한국 커피계의 ‘초절정 고수’로 불리는 ‘1서(徐) 3박(朴)’ 중 한 명인 박이추(56) 씨가 운영하는 곳. 전국에 퍼져 있는 100여 곳의 로스팅 업소 중 상당수가 제자임을 자처하며 ‘1서 3박’을 ‘선생님’으로 떠받들고 있다.
일본 국적의 교포였다가 1990년대 중반 귀화한 박이추 씨는 여전히 한국말이 서툴다. 일본에서 고교를 마치고 목장을 경영하다 커피 전문가의 길에 들어선 그는 1980년대 말 서울 혜화동과 안암동 고려대 부근에 커피 전문점을 열었다. 서울에서 그의 커피 맛을 보고 싶다면 안암동 고려대 후문의 ‘인터내셔날 커피하우스 보헤미안’을 찾으면 된다. 이곳은 해외유학 시절의 커피 맛을 그리워하는 고려대 교수들의 단골집이다.
박원준(80) 박상홍(79) 씨의 궤적도 한국 커피 문화의 진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들 역시 재일교포 출신으로 한국에 원두커피 문화를 처음 소개한 자타 공인 커피 1세대다. 박원준, 박이추 씨는 도쿄 ‘겟샤텐’ 학원에서 커피 공부를 한 동문이고 박상홍 씨는 오사카에서 커피를 배웠다.
가장 나이가 많은 박원준 씨는 서울 구로동에서 콩을 직접 볶아 판매하는 ‘다도원’을 운영하고 있다. 원두를 자동차 트렁크에 싣거나 바닥에 내려놓는 것조차 금기시할 정도로 엄격하게 커피를 다룬다.
박상홍 씨는 ‘마도로스 박’으로 불릴 만큼 세계 곳곳을 돌며 커피 맛을 경험했다. ‘절대미각’의 소유자로 통하는 그는 미국 시카고 인근에 거주하며 종종 한국을 방문해 커피 강의를 하고 있다.
‘1서’는 1990년대 중반 서울 명동 미도파백화점의 커피숍과 신촌의 ‘쥬얼리’ 등에서 ‘융드립’(커피추출 방식의 하나)을 무기로 명성을 날린 서정달 씨다. 은퇴한 서 씨는 제자를 두지 않아 그의 감미로운 커피 맛을 재현하는 곳은 찾기가 쉽지 않다.
2세대 ‘커피 고수’로는 서울 압구정동 ‘압구정커피집’의 허형만, 대구 ‘커피명가’의 안명규, 서울 인사동 ‘손흘림’의 이정기, 서울 부암동 ‘클럽 에스프레소’의 마은식 씨 등이 꼽힌다. 1990년대 중후반 ‘한국커피문화협회’에서 함께 활동한 멤버다.
특히 허 씨는 커피 관련 대기업에서 18년간 근무하다 2000년 압구정동에 10평 남짓한 커피숍을 차린 뒤 원두를 판매하며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강하게 볶아 만들어내는 일본식 쓴맛의 원조인 ‘3박’과 달리 허 씨는 부드러운 맛을 강조하며 순수 토종 커피 맛을 추구한다.
차병원 방사선과 전문의 유병문(59) 박사는 ‘커피 전도사’로 통한다. 온라인 동호회에 고정 커피 칼럼을 올리는 그는 20, 30대 커피 마니아들과의 ‘번개’도 마다하지 않는다.
유 박사는 “병원에서 은퇴한 뒤 도미니카의 커피농장을 다니면서 외국의 질 좋은 생두와 커피 문화를 국내에 전파하는 일을 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커피 고수들의 계보 따지기는 마니아들의 입소문을 타고 이뤄진다. 한국 커피 애호가들의 안목이 높아진 것은 몇몇 전문가들의 커피 제조 비법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부터. 특히 2000년대 스타벅스의 진출은 역으로 ‘한국의 토종 커피 맛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을 자극하며 커피 문화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제는 커피스쿨 등에서 몇 개월 공부한 정도로 커피제조 실력을 뽐냈다간 수많은 마니아 그룹에 의해 처참하게 ‘난도질’ 당하기 십상이다. 커피마니아인 이윤경 씨는 “우유거품과 크림으로 커피 맛을 속이려 드는 커피숍도 있지만 주인의 내공은 몇 모금만 마셔 보면 금방 드러난다”고 말했다.
명멸(明滅)하는 커피전문점도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다.
서울 압구정동과 청담동 일대에서 화려한 인테리어와 커피전문가를 뜻하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앞세워 문을 연 업소들은 한때 마니아들의 ‘순례지’였지만 영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커피 애호가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키지 못한 탓에 순례 열기는 금세 수그러들었다.
마니아들은 새로운 신진 고수의 발굴에도 적극적이다. 일본과 미국, 유럽 등을 돌며 18년간 커피 만들기에만 열중했다는 젊은 고수 배인준(38) 씨가 대표적인 사례. 커피 컨설턴트로도 활동 중인 배 씨는 “국내 커피계에는 어깨 너머 배운 실력으로 고수인 척하는 가짜가 수없이 많다”며 “30년을 목표로 커피공부에 정진 중”이라고 말했다.
경주의 ‘슈만엔클라라’, 부산의 ‘휴고’도 지역적인 불리함을 이겨 내고 마니아들의 찬사를 이끌어 낸 3세대 커피의 명가로 꼽힌다.
최근 커피계의 최대 이슈는 스타벅스로 대표되는 외국계 대규모 군단의 출현이다.
스타벅스의 경우 해발 1000m 이상에서 자라는 아라비카종 중에서도 최상위 2%에 해당하는 좋은 품질의 원두를 세계 최고 수준의 로스팅 기술자들이 볶아 낸다. 무엇보다도 우유와 시럽을 무기로 고객들의 입맛을 공략하고 있다.
스타벅스와 커피빈 외에 이탈리아의 명품 커피인 ‘라바차’와 ‘파스쿠치’, 국내 대기업 브랜드인 ‘롯데자바’ 등도 출전 준비를 마쳤다.
‘다윗과 골리앗의 커피 싸움’은 이미 현실화됐다. 서울 명동에는 대기업 계열의 커피전문점들이 5분 거리에 몰려 있다. 그래서 커피계의 고수가 운영하는 ‘명동커피집’이 인사동으로 옮기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골리앗들에게도 피할 수 없는 급소는 있는 법. 생두를 볶은 뒤 운송과 통관, 매장 배달, 커피 제조까지 수개월의 기간이 걸려 신선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압구정커피집 허형만 씨는 “커피는 로스팅한 뒤 보름 안에 추출해야 제 맛을 낸다”며 “하지만 스타벅스는 최고 품질의 콩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현지에서 배로 들여오는 데 몇 개월이나 걸려 향기를 보전할 수 없는 것이 치명적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배인준 씨는 “스타벅스는 진정한 의미의 커피라기보다 에스프레소를 기초로 한 ‘혼합음료’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고수의 내공과 대기업의 자본이 뭉치는 사례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의도 ‘주빈커피’는 현대백화점, 청담동 ‘커피미학’은 롯데백화점과 손잡고 백화점 안에 커피숍을 냈다.
울산 ‘빈스톡’의 박윤혁 씨는 “시럽과 우유로 무장한 스타벅스 식의 응용 커피가 한동안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이라며 “하지만 수준 높은 커피를 원하는 마니아층의 요구와 국내 고수들의 합종연횡으로 커피의 맛과 향은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악산 스카이웨이를 따라 걸을 수 있는 산책로 얘기는 벌써 몇달 전에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잊고 있었는데 이곳이 다시 생각난 건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에 장마철에 갈만한 곳으로 다뤄진 것을 우연히 보았기 때문. (그런데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찾아보니 지난 6월 19일에 공개되었다고 한다. 그럼 이전에 들었던 얘기는 뭘까? ㅡ.ㅡ)
장마철은 지난 금요일에 끝났지만 비가 많이 와서 북한산과 도봉산 출입이 통제된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이번 토요일은 산행 대신 산책을 하기로 했다.
북악산길은 성북구 구민회관에서부터 부암동 창의문까지 연결되어 있단다. 소개 글에는 3km가 조금 넘는 거리로 한 시간 정도면 갈 수 있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실제 걸어보니 (천천히 걸었지만) 2시간 넘게 생각해야 하고 거리도 3km가 훨씬 넘었다. (아마도 일부만 걸어보고 다른 사람 얘기를 기초로 적은 글이 아닐지...)
고대 앞에서 버스를 타고 성북소방서 앞에서 하차, 진행방향으로 바라보면 산 위에 엄청난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어떻게 저런 곳에 지을 생각을...) 길을 건너 주택가로 들어가 오른 쪽으로 돈암초등학교를 두고 지나 가파른 계단을 한참 올라서면 한진 아파트 단지. 막상 단지 내로 들어서니 마치 미로 속에 갇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약국에 들어가 길을 물어 어찌어찌 성북구민회관을 찾아갈 수 있었다. 다시 구민회관에서 길을 물으니 그냥 찻길 따라 쭉 하면 된다고 한다. 찻길을 따라 5분쯤 가서 북악스카이웨이 도로와 만나고 그 왼쪽으로 빨간색 우레탄이 깔린 보도가 나 있었다.

우레탄 보도가 끝나자 목제데크가 이어지고, 여하튼 꽤 정성을 들여 길을 꾸며 놓았다. 옆으로는 스카이웨이 길을 따라 차량들이 달린다. 얼마 가지 않아 유서 깊은 곰의 집이 나타나고 길은 이내 숲속으로 들어간다.


산책로는 다시 숲속으로 들어간다. 중간중간에 벤치가 놓여있고 가끔 휴게실이라는 이름으로 운동기구들이 설치된 곳도 있다. 군사지역이다 보니 벙커도 눈에 띈다.

산책로라고는 하지만 산길이라서 이따금 가파른 오르막이 숨을 몰아 쉬게 한다. 성북구 산책로 종점까지 200m 남았다는 팻말이 나왔다. (여기서 '성북구 산책로'라는 말에 유의해야 한다.) 산책로 종점에는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담소하고 있었다.
이제 끝났구나 생각했는데 산책로가 종점을 지나서도 계속 이어진다. 결국 팔각정에 도착하여 창의문까지 2.7km 남았다는 팻말을 보았을 땐 황당하기까지 했다.

시간은 오후 5시가 넘었다. 계속가야 하나 아니면 왔던 길로 되돌아가야 하나... 여기까지 와서 돌아간다는 건 억울하다. 산속이라 하나 이런 곳에서 조난당할 일은 없을 것이고 그러니 못먹어도 고. 휴식을 취한 뒤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다행히 팔각정을 지나서는 계속 내리막길. 속도가 빠르다. 종로구쪽 산책로 출발점까지 40분쯤 걸렸다. 성북구민회관으로 돌아갔으면 시간이 더 걸렸을 것이다.

산책로 출발점에서 창의문까지도 꽤 가파른 내려가야 했다. 가는 동안 멋진 집들이 몇몇 눈에 들어왔다.
창의문에 내려오니 6시 10분. 유명한 손만두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떡만두는 8천원인데 만두국보다 만두는 훨씬 적고 떡이 너무 많다고 아내가 불편이다.
식사를 마치고 옆에 있는 클럽 에스쁘레소에 가서 예멘 모카와 쿠바 커피 핸드드립을 마셨다. 예멘 모카가 쿠바커피보다 향이 좋았다. 변두리에 자리잡은 커피집 치고 사람이 제법 붐볐다. 손님이 많다보니 로스트리샾의 친근감은 잘 느낄 수 없었다. 판매하는 있는 커피물품도 인터넷보다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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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edited on 07/23/2007 18:04 by hyey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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